때는 바야흐로 2006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6년 전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였어요. 외출을 나갔다가 돌아온 엄마와 동생은 쭈뼛쭈뼛 무언가를 꺼냅니다. 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까만 강아지 한 마리였어요. 새까만 털에 주먹만한 몸집, 제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작은 요크셔 한마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아노 의자 밑에 쭈그려서 집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대체 작은 강아지가 무엇을 알기에 새로운 집에서 눈치를 보며, 자기가 살아갈 환경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당시 집에는 요크셔 강아지가 한마리 더 있었어요. 1년 먼저 데려온 초코라는 녀석인데, 새로 집에 온 강아지는 자기가 초코보다 서열이 아래이고, 동생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닳은 것인지 자기 포지션을 잘 잡기 위해서 제게 온갖 재롱을 떨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예쁘고 영리한 강아지에게 “송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초코송이라는 과자의 이름을 따서 집에는 초코와 송이가 살게 되었죠. 그간 키우던 강아지들이 다 엄마만 좋아하고, 초코 역시 엄마 껌딱지 강아지였는데 송이는 조금 달랐어요. 송이는 어찌나 제게도 살가운 강아지인지 제 무릎에도 곧잘 올라와 앉고, 자기 성에 찰 때까지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렸어요.
초코는 자주 병치레를 했기에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만이라도 살아주길 바랐고, 함께 이래저래 동고동락하며 초코에게도 아낌없이 사랑받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다가 약 13년의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요. 참 많이 가슴 아파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미안한 마음과 그리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아픔이었는데, 남겨진 송이의 시계도 째깍째깍 계속 가고 있었다는 걸 잊고 살아왔네요. 노견 관련 포스팅을 시작하며 사실 무섭기도 합니다. 노견을 키우면서 마음의 준비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랑스럽고 언제나 아기 같고,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녀석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슴이 아프네요.
활기차고, 건강하던 송이가 최근에 혈변을 싸서 헐레벌떡 병원으로 가보니 만성 췌장염 진단과 함께 심장병 진단을 받았어요. 만성 췌장염은 이미 만성이 되었기에 계속 검사를 해도 염증 수치가 낮게 나오지는 않는다고 해요. 계속 먹는 거 조심시켜야 한다고 하네요. 심장병 역시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고 해서 치료를 시작했어요. 가슴 아픈 사실은 병원에서도 송이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이뇨제를 사용하는 방식 등의 적극적인 치료는 어렵고, 다만 심장병약과 고혈압약으로만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를 해주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네요.
이 글을 써내려가며,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게 됩니다. 비록 내 반려견 송이의 노화와 질병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송이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덜 아프고, 더 행복하고, 사랑받는 강아지임을 느낄 수 있도록 송이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송이에게 받은 사랑에 비하면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부족한 주인이지만 노견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남은 생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많은 애견인들의 바람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발행할 포스팅들을 통해서 노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저도 배워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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