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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고전문학 '데미안'을 읽고 - 데미안 줄거리, 느낀점, 등장인물 등

싱나는싱이 2022. 7. 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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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일년에 많아야 서너 번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어요. 하지만 책을 골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처음엔 흥미진진 했지만 읽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책도 있고, 이해가 안되거나 흥미를 잃다 보면 어느새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저한텐 고전문학이 그런 장르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데미안 역시 그런 책들 중에 하나였어요. 인생 책을 추천해달라는 누군가의 인터넷 게시글에 달린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추천 댓글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펼쳐본 데미안의 전개는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가 성장하며 겪는 일들을 풀어내고 있었어요.

 

도입부에서의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들이 함께하는 사랑이 충만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가득해요. 하지만 어린 싱클레어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아버지의 집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하녀와 직공들이 속하는 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는 것을요. 싱클레어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의 저도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뛰놀다가 노을 지는 시간에 집에 들어왔을 때의 그 아늑함 반대편에는 뉴스에 등장하는 어떤 탈옥수의 이야기과 같은 상황도 공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더불어 싱클레어에게 접근하는 프란츠 크로머라는 녀석은 주인공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싱클레어가 누렸던 아름다운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도록 합니다. 요즘 용어로 말하면 가스라이팅, 학폭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크로머의 괴롭힘에서 싱클레어를 구원해 준 사람은 다름이 아닌 데미안이었어요.

 

데미안은 성경 속의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어 싱클레어에게 카인의 표식에 대한 의미와 종교에서 말하는 하는 절대 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하지요. 싱클레어는 데미안에 대한 존경과 경이로움이 범벅이 된 채로 살아가다가 어떤 여성을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도 모르던 싱클레어는 그녀를 베아트리체라고 명명하기로 해요.

이후 만나게 되는 음악가 피스토리우스는 데미안이 싱클레어 곁에 부재하는 동안에 싱클레어가 본래의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깨우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었던 사람이며, 결국 싱클레어가 피스토리우스의 견해를 부정하며 한 세계를 깨트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후 싱클레어는 끊임없이 매의 그림을 그려 데미안에게 보내기도 하고 베아트리체인지 데미안인지,혹은 에바 부인인지 아니면 싱클레어 자신인지 모를 이상적인 여성상을 그리게 되지요. 이후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에바 부인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요.

 

그리고 데미안의 마지막은 전쟁에 참전한 싱클레어의 독백으로 끝이 나게 돼요.

붕대를 감는 것은 몹시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발견했고, 때때로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형상이 졸고 있는 그 곳, 내 자신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크로머의 괴롭힘을 벗어나는 부분까지는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끝까지 읽으려니 약간은 고역인 책이었어요. 처음에는 아브락사스라는 이단 종교에 빠져드는 내용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고, 책을 거의 다 읽은 시점에서는 이 책이 나에게 무얼 말하려는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몇가지 결론을 내렸어요.

 

 

 

1. 절대 선(善)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아버지의 집과 대비되는 두 세계 – 프란츠 크로머 – 데미안 – 베아트리체 – 피스토리우스 – 그림 – 에바부인 – 전쟁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요소들이 끊임없이 주인공 싱클레어를 성장시키고 있다.

3.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와 인식, 스스로의 확신만이 하나의 세계를 깨뜨릴 수 있을 만큼의 변화를 이끌 힘이 있다.

 

 

 

 

미친 사람일지라도 플라톤을 연상시키는 사상을 창조해낼 수도 있을 것이고, 헤른후트파의 학교에 다니는 경건한 어린 학생이 그노시스파나 조로아스터파에 나타난 깊은 신화적인 연관을 독창적으로 생각해낼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오. 그렇지만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의식하지는 않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한에서는 그는 한 그루의 나무나 돌, 기껏해야 짐승과 별다를 바가 없고. 그러나 이 인식이 최초의 불꽃이 한 번 번쩍 빛날 때 그때 바로 인간이 되는 거요. 당신도 역시 저기 거리 위를 걷고 있는 모든 두 발 달린 족속들을 단지 똑바로 서서 걸으며, 자식을 열 달 동안 배 속에 넣고 다닌다는 것만으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요. 그들 중의 얼마나 많은 부류가 단지 물고기나 양, 벌레나 거머리에 불과한지, 얼마나 많은 부류가 개미나 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한지 당신도 잘 알 것 아니오. 물론 그들 각자에게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이미 부여되어 있긴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예감하고 부분적일망정 의식하는 동안에만 그 가능성은 비로소 자기 것이라 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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